▲ 2017년 복원 전 촬영한 칠봉서원 터. 칠봉서원에서 바라보면 전면에 병풍처럼 둘러선 칠봉이 절경이다.

1997년, 우여곡절 끝에 칠봉서원 복원사업이 강원의 얼 선양사업으로 선정되었으나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서원 터를 소유한 토지 소유자가 매각을 완강하게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칠봉서원 터는 원주에서 유력한 가문인 연안김씨 문중 소유였고 칠봉서원 터에는 선대의 무덤 3기가 있었으니 원주시의 요청에 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칠봉서원은 강원도 4대 사액서원 중 한 곳으로 1693년(숙종 19)에 사액(賜額)되었다. 사액은 국왕이 서원 이름을 써 현판을 내려준다는 의미인데, 사액서원이 되면 교육에 필요한 재정 충당을 위하여 나라에서 토지를 지급해 주었다. 서원 설립도 지역 유림의 공의를 거쳐 건립되었으니 서원의 건물과 토지는 공공재산이라 할 수 있다. 

1868년(고종 5)에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어 위패는 서원 뒷산에 묻고 도서와 학위전(學位田)으로 지급된 토지는 원주향교에 이관되었다. 그러나 칠봉서원 터는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연안김씨 문중 소유가 되었고 2004년 다시 외지인에게 매각되었다. 1997년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의지로 시작된 사업이었지만 터를 매입할 수 없으니 칠봉서원 복원사업은 표류하게 되었다. 더구나 도지사의 강한 의지와 달리 원주시의 칠봉서원 복원에 대한 생각은 그에 미치지 못하였고 시민의 정서도 마찬가지였다.

중단된 칠봉서원 복원사업이 다시 시중에 회자되고 언론에 등장한 것은 원주시에서 계획한 원주 얼 광장 조성 사업이 발표되면서부터이다. 2009년 시작된 원주 얼 광장 조성 사업은 원주 출신의 충신, 독립운동가 등 존경받는 인물의 업적과 역사적 가치를 기리는 공간 조성사업이다. 위치는 행구동 산 37번지로 결정되었는데, 원주 원씨 문중에서 사업부지 중 일부를 무상 임대 형식으로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2009년 완료한 원충갑, 김제갑, 원호 장군을 모신 충렬사 복원과 함께 원주얼 교육관을 신축하고 칠봉서원 복원, 운곡 원천석 선생의 사당인 창의사 신축, 역사인물관 건립, 암석원 등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주 얼 광장 조성 사업 역시 순탄하지는 않았다. 칠봉서원과 창의사에 배향할 주인공이 운곡 원천석 선생이라는 동일 인물이니 같은 사업구역 내에 두 개의 사당을 건립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당초 원주시의 계획은 전체 사업비 224억 원 중 50%를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을 계획이었으나 사업 성격상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지 못하였고 원주시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회의 질타를 받았다. 

무엇보다 칠봉서원을 원래의 위치인 호저면 산현리가 아니라 행구동 원주 얼 광장에 이전 복원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호저면 주민들이 반대하였다. 호저면 주민들은 원래 서원이 있었던 호저면 산현리에 복원해 줄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2014년 필자는 인사발령으로 문화재 업무를 다시 맡게 되면서 산현리 이장을 만났다.

원주 얼 광장에 이전 복원할 계획이었던 칠봉서원 복원사업이 필자의 업무는 아니었지만 칠봉서원 복원에 대한 산현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필자가 만난 이장과 몇몇 주민들은 칠봉서원 복원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분들은 필자에게 원주시에서 칠봉서원을 복원할 계획이라면 행구동 보다는 원래 위치인 산현리에 복원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장과 몇몇 주민의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칠봉서원 원위치 복원을 다시 추진하게 되었다. 다른 팀에서 원주 얼 광장 조성 사업으로 추진하던 칠봉서원 복원업무를 필자의 업무로 돌리고 원위치 복원을 위하여 예산을 마련하여 타당성 용역을 시행하였다. 

용역의 주요 과제는 칠봉서원 터 문화재 지정과 복원이었다. 칠봉서원 터 소유자를 만나기 위하여 수차례 이천을 방문하였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2016년 9월 22일 주민 공청회를 열게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