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싫어하는 것

학생들에게 매를 들지 않고 대화를 하면 학생들의 성격이나 본성이 잘 드러난다.

학생들에게 매를 대지 않고 수업을 해온 지 올해로 17년이 된다. 당근과 채찍으로 말하든, 회유와 탄압으로 말하든, 사람이 동물을 길들이는 방법이나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다루는 방법과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달라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매를 든다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폭력이라는 것을 흉내낼 것 같았다. 매를 맞고 자란 사람은 때리는 데 익숙한 듯하다. 매를 맞고 자란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자신에 대한 폭력과 억압에 비굴하며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인간 존엄성을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교육민주화를 위한 한 축으로 체벌에 반대해왔고 실천해왔다.


학생을 때리지 않고 수업하는 일은 우선 힘이 든다. 저 사람은 절대로 때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면 학생들은 막무가내로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때리지 않으면 뭐 저런 사람이 있느냐는 불만섞인 시선도 보인다. 이제는 익숙하다.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간에 싸움이 붙으면 교사가 저주면 된다. 학생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교사가 무너지면 된다. 그러면 학생은 교사를 따라온다. 적어도 학생들은 아무리 문제아라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그다지 악하지 않다.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원래 크다는 말이다. 때리지 않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의 성격이나 본성이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 간에 솔직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수업을 하다가 학생들이 좀 떠들면 교사는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그래도 힘이 들면 떠드는 학생을 지적하게 된다. 그러면 학생들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반응이 편애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저 애도 떠들었는데 왜 나만 지적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때, 학생의 지적은 상당 부분 오해이다. 우등생은 어쩌다 떠든 것이고 지적 받은 학생은 늘 떠든 것을 교사가 계산하고 있었다는 것을 학생들은 간과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의 거짓을 싫어하듯 학생은 교사의 편애를 싫어한다. 그러나 교사의 편애는 상습적인 것이 아니다. 교사들 앞에는 늘 일등과 꼴찌가 있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만 바라보지 않는다. 학교의 일등이 사회의 일등이 아니라는 것을 교사들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학생들 다수는 교사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편으로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교사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학생은 다른 학생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다. 다른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학생은 말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문제가 있는 학생은 커서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야만의 세월을 보면서 거기에는 분명 부시 부자를 가르친 선생님들 탓도 있겠다 싶어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에 대한 교사의 고민을 열어 본다.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