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무렵 제작된 고지도에 표기된 정지(艇止)호수. 정지는 나룻배가 정박한다는 의미이다.

치악산 영원골 깊은 곳에서 흘러오는 원주천은 여름에도 시원하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금대리 계곡으로 접어들면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다. 원주천을 걸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는 원주천의 시원이다. 원주천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발원지에 대한 궁금증 오래되었지만 아직 풀지 못했다. 

원주천은 국가하천이다. 우리나라 강물은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하천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천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5대 하천을 본류로 하고 5대강으로 흘러드는 크고 작은 지류가 있다.

사람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법,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들은 강을 끼고 형성되었다. 특정 산업으로 급조된 몇몇 신생도시를 제외하고 역사가 오래된 고도들은 예외 없이 하천을 젖줄 삼아 성장해 왔다. 세계역사의 무대에서 문화를 이끌어온 런던과 파리, 뉴욕 모두 하천이 도시 성장의 바탕이었다.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하천은 2024년 3월 기준 모두 73개이다. 원주천은 섬강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니 한강의 제2지류가 된다. 자료마다 원주천의 길이와 유역면적에 차이가 있는데, 국가하천 73개소의 제원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는 위키백과에 따르면 원주천은 길이 20.95㎞이고, 유역면적은 153㎢이다. 길이로 따지면 한강으로 흘러드는 19개의 지류 중 12번째로 그리 크지 않은 하천이다. 

원주천의 원천은 치악산과 백운산이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원주 도심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치악산맥 서측면에 형성된 수많은 골을 타고 흘러내린 크고 작은 물줄기가 낮은 곳으로 흘러 원주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원주천이 된다. 치악산맥에서 흘러드는 지류로 신성천, 영랑천(화천), 오리현천, 화시래, 살대울, 흥양천이다, 모두 치악산맥이 물의 근원인데 하천 주변에 농경지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원주천 서측에서 흘러드는 물줄기로 신촌천과 단계천이 있는데 이들의 수원(水原)은 백운산이다. 

원주천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고 규모가 크지 않아 예부터 사람이 이용하기 적당하여 친숙한 하천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도시민들이 더위를 식히는 물놀이장으로 이용되었다. 2008년 무렵 필자가 인터뷰한 원주천 주변 사람들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날이 더우면 매일 저녁 봉천에 나가 멱을 감았지. 저 바위는 아래는 남자들이 멱을 감았고, 저 바위 아래에서는 여자들이 멱을 감았어."라고 하여 남녀 구분 없이 원주천에서 물놀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원주천은 원주 도심에 커다란 호수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원주에도 호수가 있었다. 우리가 정지뜰이라고 부르는 곳에 조선시대에는 호수가 있었다. 정지(艇止)는 나룻배가 머무는 곳이다. 조선 후기에 제작된 지도를 보면 왜 정지라는 지명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정지뜰에 있는 호수는 원주천과 연결되어 있다. 홍수 때 원주천 물이 넘치면 정지호수에 물이 차고 한강과 섬강을 거슬러 올라온 배들이 정지호수에 정박한다. 정지뜰은 선착장이다.   

물놀이 외에 원주사람들이 원주천을 활용한 것은 세탁이다. 1970년대 원주천 사진을 보면 원주천 물가에 화덕을 설치하고 큰 가마솥에 빨래를 삶는 모습과 물에서 빨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주천은 원주사람에게 커다란 세탁소였다. 도시를 흐르는 원주천이 여름에는 수영장으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세탁소로 이용되었으니 템즈나 센 강보다 유용한 하천이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