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학성동이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됐을 당시 원주시와 시민들은 쾌재를 외쳤다. 성매매 집결지인 희매촌 폐쇄의 단초가 마련됐기 때문이었다. 선정 직후 원창묵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희매촌을 평화희망마을로 새단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주의 민낯으로 불리는 희매촌은 여성 인권침해 현장이자 법과 행정력을 무력화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학성동을 낙후하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원주시는 2022년까지 예정됐던 학성동 도시재생사업을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어 또다시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자 오는 27일 공청회를 연다. 4년짜리 사업을 7년으로 연장하는 만큼 목표했던 희매촌 폐쇄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표로는 희매촌 폐쇄가 녹록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36개 성매매 업소에서 50여 명이 종사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9명만 탈 성매매를 약속하고, 원주시로부터 자활지원금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성매매 종사자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어 성매매 종사자가 줄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원주시는 현재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희매촌 일대에 주민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고, 문화공원을 조성하며, 문화공원 주변에 문화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왕래를 촉진해 희매촌을 위축시킨다는 계획이다. 학성동 옛 원주역 앞에 조성하는 원주센트럴파크와 반도체 교육센터도 희매촌 위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핑크빛 로드맵을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된 뒤에도 희매촌의 홍등이 버젓이 불을 밝힐 경우 도시재생사업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217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와 7년간 투입된 행정력을 고스란히 날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원주시는 성매매 업주와 종사자의 반발을 우려해 자진 폐쇄를 유도할 계획이지만 순진한 발상이다. 경찰, 소방, 시민단체와 함께 강력한 단속에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희매촌을 몰아낼 수 있다. 대표적인 불법의 온상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