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보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급기야 광복절 행사가 둘로 쪼개져서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친일 식민사관을 주장하여 뉴라이트 논란이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광복회가 반발하며 별도의 광복절 행사를 치렀다. 정부의 친일 기조를 비판한 광복회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감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일본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대신 자유와 통일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표명했다. 일본 언론도 이러한 경축사를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선인 강제 동원의 아픔이 있는 일본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강제 동원’ 명기를 포기한 채 사실상 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공영방송 KBS를 통해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이 방영되는가 하면 서울 지하철 역에 있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는 일들이 발생했다. 

 김태효 차장은 2007년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역할론을 주장한 바 있다. 김 차장은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며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한미일 동맹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미국의 오랜 동북아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소위 ‘아시아판 나토(NATO)’ 구상의 일부이다. 미국이 구상하는 한미일 동맹 체제가 성사될 경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아가 지난달에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에 서명했다. 불가역적인 안보협력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국민 여론 수렴 없이 구체적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한일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 행사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반일을 주장하면 반국가 세력이라는 인식이다. 정부의 친일 행보를 비판하면 친일프레임을 통한 국론 분열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친일 행보가 몇몇 인사의 인식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념화되면서 국론 분열 및 외교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과 반성 없는 일본에 대한 역사 인식은 좌우와 여야가 있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위험한 친일 행보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일제 강점기에 저항했던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고 배울 필요가 있다. 원주 지역은 국권 침탈에 저항하며 세 차례의 의병 전쟁이 봉기했다.

 교육을 통한 항일운동, 계몽운동, 3.1 만세운동, 비밀결사 독립동맹 조직, 신간회 활동 등 수많은 이들이 각계에서 지속해서 항쟁했던 곳이 원주이다. 원주의 항일 투쟁과 독립 이후 전개된 민주화 운동의 역사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 원주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꾸준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원주 얼 광장 조성 사업 계획에 당초 독립운동가 등 역사 인물관 조성이 포함되었으나 민선 8기들어 재원 부족을 이유로 보류되고, 잔디광장, 주차장, 계단, 분수 등 구조물 설치로 축소되었다. 원주 얼 교육관의 홈페이지 수록된 자료도 행사 사진과 유적지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얼 광장 취지를 살리는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구조물과 시설 구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직도 역사적 기록이 밝혀지지 않은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아닌 정부의 친일 행보와 논란을 역사 바로 세우기의 계기로 삼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