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도자는 국민을 잘 먹이는 것이다." 2005년 작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대사 중 하나를 각색했다. 예부터 우리 농촌에선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 다같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식사하는 향음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젊은 층이 사라지고,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농촌에서 같이 식사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오랜 기간 기초조직으로 유지해온 청년회나 부녀회도 사라지는 마을이 많다. 이로 인해 공동행사를 할 수 없는 이른바 '공동체 삶의 공동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원주시는 2019년부터 4개 마을에 500여만 원씩 지원하는 농촌공동급식 사업을 추진했다. 강원도가 추진한 사업을 원주시가 주관해 시행한 사업이지만 현장서 느끼는 효과는 매우 컸다.

문막읍 A 마을 이장은 "한 끼 식사(부식비)로 16만 원 정도 소요되는데, 주민 대다수(60여 명)가 모인다"고 말한다.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가 프로그램 진행차 마을을 방문하면 식사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민 1명당 2천600원 정도를 투입해 맛있는 한 끼를 해결하는 셈이다. 비슷한 금액으로 지난 4년 동안 공동급식을 진행한 신림면 B 마을 이장은 "주민들이 친환경으로 농사지어 쌀과 호박, 오이를 가져오고, 부녀회가 봉사하니 적은 예산으로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모든 마을이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매우 높다.

농촌 공동급식은 단순히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쁜 농사철에 공동급식은 주민 일손을 덜어준다. 남는 음식 재료로 저녁까지 해결하다 보니 주민간 유대감도 좋아진다"는 신림면 B 이장의 말처럼, 공동급식은 상부상조하는 문화를 복원하고, 좋은 이웃 관계를 만들고 있다.

또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회관에) 잘 안 나오던 사람도 (식사 때문에) 나온다"라는 얘기처럼 급식은 고령화가 극심한 신림면 B 마을(주민 170여 명 중 130여 명이 65세 이상)의 돌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와 공동화되는 농촌마을의 공동급식이 부녀회 등 주민조직을 살리고 과거에 보였던 공동체적 삶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 마을은 공동급식에서 탈락했다. "시내 마트에 가기 힘든 노인들이 반찬 한 개로 밥에 물 말아 먹는 경우가 많다"는 이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공동급식과 취약계층 도시락 배달만은 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령의 농촌 노인들은 식료품을 구하고 전등 하나 갈아 끼우기 위해 읍내나 시내까지 오갈 수 없다. 농사를 지어서 해결하는 것도 일부분이다.

식사불균형으로 인한 영양상태가 나빠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흔하다. 오지일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혼자 거주할수록 이러한 불편함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농촌에 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이른바 '동네효과' 현상이다. 

정부도 농촌 보건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제4차 농어촌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시행령을 발효했다. 생활 문화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해 이를 중심으로 농촌협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과 별개로 농촌 복지 정책은 2005년 이후 중앙정부가 계획하고, 실행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복지 분권화로 인해 지역복지는 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원주시는 전체 예산이 증가했음에도 인구대비 농촌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세수감소로 인한 예산 감소라 해도 공동급식과 같은 예산은 일몰제로 사라지기보다는 필수 복지 예산으로 인식해 농촌에서 복지의 체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고통 받는 사람은 농촌이나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정치 지도자와 행정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주민을 잘 먹이고 보살피는 것이 위대한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이라는 이장님들의 대사가 독백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