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운 스페이스작당 기획이사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날 때. 우리는 친구를 찾는다. 술 한 잔을 같이 마시기 위해, 같이 걸으며 생각을 나누기 위해 오늘도 핸드폰을 열고, 카카오 친구 목록을 확인한다. 하지만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한 채 화면을 닫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환경, 생각이 달라짐에 따라 이야기를 함께 할 친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청년들은 대학교와 취업이라는 환경에 따라 거주지가 달라지기에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가 많아지고,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그만큼 적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처는 많아지지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줄어 든다.

연락할 사람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지만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는 이유는 '사람'에 있다. 내 생각을 나누고, 응원을 받고, 위로를 주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는다. 때로는 사람 때문에 힘들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와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그 시간은 삶의 추억이자 원동력이 된다.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의 경우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성이 바뀐다.

최근에는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는커녕, 사람 자체를 주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청년들은 각자의 삶을 살기 바쁘고,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수도권과 멀어질수록 이는 더욱 심화된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이미 완성돼있는 기득권의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의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생각을 나눌 시간조차 없으니 사회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멀어지게 된다. 모든 청년들은 사회에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속은 점점 문드러지고, 청년과 청년의 연결은 사라진다. 

청년은 모여야 한다. 우리는 모여야 한다. 내 옆 빈자리를 채우고 함께 손을 잡을 사람이 필요하다.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나 스스로를 위해서 모여야 한다. 지난해 10월, 청년들이 모여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들의 작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질문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답을 찾고 과정을 나누는 작당은 청년 스스로가 변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이자 연결의 시작이다. 30명의 청년들이 모여 "좋은 경제 공동체는 무엇일까?", "AI를 활용하는 데에 필요한 윤리적 기준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고, 올해 7월에도 함께 작당할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사람이 안 보인다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연결되면 어떨까? 서울, 강원, 충청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있던 청년들이 작당을 통해 모여 내가 살고 싶은 미래를 함께 만드는 그림을 꿈꾼다. 우리들이 연결될 수 있다면 내가 어디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연결은 나를 변화시키고, 나의 변화는 세상을 바꾼다고 나는 믿는다. 청년들이 모였을 때 우리뿐만 아니라 사회도 바뀐다는 것은 오랜 세월 살고보며 알게 된 진리와도 같다. 

각자의 공간에서 혼자 서 있는 원주 청년들을 작당에 초대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날 때. 작당에서 함께 할 친구를 만나고, 술 한 잔을 마시고 같이 걸을 수 있는 동료가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이 모이고 함께 힘을 모아, 세상에 던지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 던져보면 어떨까? 우리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새로운 길을 함께 걸어보자고 제안한다. 

'스페이스 작당'은 사회가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직면하며, 스스로 돕고 일어서기 위해서 2023년 8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창립했다. 첫 공식 프로젝트인 '청년들의 작당'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사회의 문제를 정립하고, 해결할 시도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