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는 사람, 창 밖 풍경을 즐기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을 감상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스마트폰 배터리 없는 사람"이라는 sns의 피드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넘기는 손놀림 중에 뜨끔하여 황급히 화면을 죽였다. 

 아마도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바가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연신 게임을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생들, 유모차 거치대에 올려져 있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어린 아이들, 수업시간에도 연신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을 보이는 대학생들, 같은 공간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눈은 스마트폰에 가 있는 사람들, 어디서 받은 것 같은 단체 메시지나 유튜브 링크를 끊임없이 단톡방에 전달하는 부모님들,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보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와 전쟁하는 부모들..요즘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모습이다.  

 아동, 청소년, 청년, 중년, 노년 할 것 없이 스마트폰 과의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초고속 통신망 구축의 이면에 깔린 우리의 모습이다. 문명의 이기는 늘 인류에 편안함을 준 것이 아니기에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이며 이 문제를 어떻게 사회가, 개인이 지혜롭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고 초·중·고·대학에서 의무로 교육을 이수하게 하지만 대학생들의 교육 이수를 옆에서 보아온 이로써 그 효과는 미미하다.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도 모바일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저 틀어놓기만 하고 이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문제 의식이 없기도 하거니와 SNS 쇼츠와 릴스와 같이 몇 초면 반응할 수 있는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에 몇 분의 영상은 흥미를 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공 수업의 일환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 기획 과제를 제시하였더니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떠올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이슈라는 것에는 대다수가 공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너라면,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 때 참여할 것 같아?"라고 되물었더니 빙긋이 웃으며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며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사회관계, 여가생활, 운동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일상생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릴없이 쇼츠나 릴스에 시간을 죽이고 있지 않은지,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연인을 혹은 배우자를 만나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는데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있는지는 않은지, 어느 때부터 긴 길이의 영상은 지루하여 보지를 못한 적은 없는지, 독서나 기타 다른 활동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사실 더 큰 문제는 어린 유아 시기부터 스마트폰에 과하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자료 및 콘텐츠 개발 보고서에 의하면, 만 3-5세 유아 중 만 1세 이전에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하는 비율이 11.8%, 만 2세 이전에 접한 경우는 무려 54.3%로 나타났으며 유치원생들이 매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는 경우가 40.7%로 나타났다.

 뇌 과학의 발전으로 어린 시기에 디지털 기기를 통한 미디어 과의존이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축적되고 있다. 감정조절 기능의 상실과 충동성 증대, 언어능력 저하 등을 이야기하며 미디어 조기 노출이 가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등원이 어려워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의 언어능력, 인지능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해외 연구들도 상당하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기초학습부진 아동들을 가르치는 강사들도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종일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아는 건 많은 것 같은데 정작 한글도 깨우치지 못하고 이해력이 떨어져 간단한 연산도 안되서 기초학습부진 상태로 학년만 바뀌는 아이들이 있어요"라고 이야기 한다. 영유아 그리고 아동청소년, 그리고 그들과 관계하는 모든 어른들이 미디어, 디지털기기 과의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이유이다.